▲  ㈜이젠파워의 실제 경영자 한석윤(가운데) 씨와 직원들이 21일 경기 부천의 사무실에서 세라믹 벌집, 연막 살충장치 등 생산 제품을 놓고 회의를 하던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젠파워 제공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기술도 있고 자신감도 충만하도록 발판을 다져놨는데, 외부요인 등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짜 구세주 같았습니다.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봉착했을 때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준, 재기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봅니다.” 경기 부천에서 세라믹 벌집과 연막 살충장치 제조 생산체를 운영하는 ‘이젠파워’의 한석윤 씨는 지난 2010년대 초반 당시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찾아온 기술보증기금의 재기지원보증을 잊을 수 없다. 한석윤 씨는 22일 “당시 38억 원의 사기를 당한 데다 기보 자금 1억2000만 원 정도와 시중은행 자금 등을 쓰고 있었다”면서 “기보 인천지역본부 관계자와 계속 연락하던 차에, 재기지원보증을 소개받고 회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세라믹 벌집과 연막 살충장치 등 두 가지는 모두 신기술로 특허를 갖고 있다. 세라믹 벌집은 기존 자연 벌집이 2년 이상 경과할 경우 발생하는 곰팡이와 냄새 등의 부작용을 없앤 것이다. 또 연막 살충장치는 응애, 진드기 등에 효과가 좋은 계피오일을 첨가해 서울대와 함께 개발한 파라핀 연막제로 이 두 가지는 모두 이 회사가 초창기부터 방제를 30년 넘게 해온 전문업종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연막살충제는 벌통을 열 필요 없이 벌통 입구에 대고 안에 연기만 집어넣으면 응애, 진드기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젠파워의 실제 경영자인 한 씨는 과거 연막소독기, 방역 약품 등을 제조하는 ㈜하나코리아 등을 운영했으나, 사업확장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와 매출채권 회수 부진 등의 위기를 겪으며 어려움이 찾아왔다. 한 씨는 하나코리아 등을 운영하며 방역 제품에 대한 기술 노하우, 영업, 관리능력을 갖췄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채무 분할 상환 등을 통해 신용회복 및 재기를 추진하던 중에 방역 제품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했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7월 이젠파워를 설립했다. 이젠파워는 2015년 5월 기보로부터 회생지원보증 4500만 원을 지원받아 관련 채무를 전액 상환했고, 특허기술인 ‘히터를 이용한 연막 살충장치 제조’에 필요한 신규 운전자금 1억 원도 함께 보증 지원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반적으로 살충제 살포에는 스프레이와 같이 액상의 살충제에 압력을 가해 미립자로 분사하는 방식과 액상으로 분사되는 살충제를 가열해 기화에 의해 연무 상태로 미세하게 분무하는 방식이 이용된다. 압력을 가해 분사하는 방식은 입자의 크기가 대기의 입자보다 커서 살충제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연무 상태로 분무하는 방식은 살충제 입자가 대기의 입자와 유사하게 분무돼 대기 중에 정체하는 시간이 길고 살균 및 살충 효율이 높다. 하지만, 버너 및 동력엔진 등으로 제작돼 고장이 잦고 매연과 큰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젠파워의 특허기술은 전기에 의해 열을 발생하는 히터가 코일배관의 액상 살충제를 가열함으로써 기화에 의해 연무 상태로 분무하는 방식이므로 가스 가열 방식에 비해 소음이 거의 없으며 사용자가 작동부를 이용해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충제 시장은 화학농약의 사용량 감축 등의 영향으로 작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농업시장에서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원수 및 조경 분야, 골프장, 검역·방역 분야 등에서 신규 수요가 꾸준히 창출되고 있고, 천연 살충제 시장이 확대되는 등 시장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젠파워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선풍기, 설빙장치 제조 등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특허를 등록했고, 제품군을 다양화해 지난 2017년 8억2200만 원, 2018년 20억83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젠파워가 폐업의 갈림길에서 재기하기까지 재기지원보증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재기지원보증은 한마디로, 실패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재기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 채무조정과 신규보증을 지원하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재창업 재기지원보증’과 기보가 직접 지원하는 ‘재도전 기업주 재기지원보증’으로 구분된다. 재창업 재기지원보증은 실패한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경험의 사장을 방지하고 재창업을 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과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재도전 기업주 재기지원보증은 재기 가능성이 인정되는 기업주가 영위하는 기업에 대해 채무감면(75~90%)과 함께 신규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다. 재기심사위원회는 회계·법률·기술 관련 외부 전문가와 직원으로 구성해 지원 여부를 심의하며, 기술사업평가등급이 B등급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지원 결정을 하게 된다.

한 씨는 “독보적인 기술과 자신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할 경우 기보의 재기지원보증을 이용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