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기 있는 재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적 실패 사례, 재도전 캐치프레이즈, 재도전의 날 일자 공모전을 개최했으며, 행정안전부에서는 강원 대전 전주 대구 등 전국 권역별 실패박람회를 개최해 실패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재기를 지원했다. 올해 행안부 실패박람회는 9월 20~22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상직)의 노력이다.

중진공은 2014년 서울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한 후 순차적으로 전국에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 13개를 개소했고, 올해는 4월 충북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총 18개로 확대 개소할 계획이다. 재도전종합지원센터는 재창업기업과 경영위기기업의 종합상담, 재창업자금 지원, 회생컨설팅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식각 설비용 광학 두께 측정기를 제조하는 비즈컨의 최병곤 대표이사는 재도전종합지원센터 지원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재창업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수출 94만달러, 연매출 13억원을 달성하고 12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최 대표는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15년간 근무하다 퇴사하고, 반도체 패턴검사 장비 중소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회사를 2001~2007년 7년간 운영했으나 반도체 경기 흐름의 부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당시 최 대표는 49세였다.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최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LCD와 OLED 패널 생산 공정의 실시간 두께 측정 장비 개발에 전념했다. 그리고 2017년 재창업했다.

비즈컨이 개발한 측정장비는 LCD와 OLED를 식각하고 실시간으로 액정 기판의 두께를 비접촉식으로 자동 측정하는 장비다. LCD 식각 후 두께를 수동으로 측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레이저를 이용해 두께를 측정하므로 과식각 등 불량을 줄이고, 고정시간을 단축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화학물질 사용을 감소시키는 등 효과가 있다.

최 대표는 "적외선을 이용해 LCD 두께를 측정하고 식각 작업에 맞춰 센서를 자동 제어해 정밀 측정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반도체 관련 대기업 근무 당시 식각 부문에 근무한 경험과 비록 실패했지만 제조업체를 창업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돼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재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에 창업하고 갑작스럽게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위기도 있었지만 사업 실패 기록이 있는 최 대표에게 자금을 융통해주는 곳은 없었다.

지난해 1월 중국 업체와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서 원부자재 구입, 인건비 지급 등을 위한 운전자금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최 대표는 중진공 재도전종합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했다.

중진공은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대표자의 전문성과 기업의 기술성·사업성 등을 평가해 재창업자금을 지원했다. 당장 중국에 납품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진공 재창업자금은 단비와 같았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중진공은 자금 지원 후 현장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으며 지난해 1월에는 임직원 연수, 10월에는 벤처기업 인증 등을 지원했다.

중진공은 재도약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사업 실패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평가를 통해 재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예산 1000억원으로 7월 말 기준 554개 기업에 764억원을 지원했다.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실패는 성공을 향한 디딤돌"이라며 "중진공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실패의 쓴 경험이 성공이라는 환희의 순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